사이암네스의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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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이 꺼져 있습니다
by 사이암


맨 오브 라만차 - 어느 멸종영웅의 회고록 중년의 취향


  나는 이렇게 큰 거짓말을 하는 뮤지컬은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 거짓말은 위대하고 선하다.




  변신 히어로를 동경하는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화면 속에서 변신 히어로는 오직 약자들을 위해 싸우고 정의를 실천하며 올바른 일만 행했습니다.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는 악의 무리들이 차례차례 나타났지만 히어로는 신념과 용기를 갖고 그들을 하나씩 물리쳤지요. 그러나 어찌하여 세상은 이토록 타락하였으며 불온한 악인들은 쓰러뜨려도 쓰러뜨려도 끝이 없는고? 남자는 마침내 결심했습니다. 자신이 직접 정의의 히어로가 되어 세상을 구하겠노라고. 그러나 남자가 구하고자 하는 세상은 모두 그를 비웃었습니다. 세상 모두가 정의의 히어로라는 존재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부정했던 겁니다. 심지어는 남자가 정신이 나갔다고 비난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남자는 알 수가 없어졌습니다. 모두가 정의의 히어로는 세상에 없다고 한다. 그러면 악의 무리는? 어디선가 악의 무리들은 자신들이 없애버린 히어로의 무덤 위에서 세상을 속이며 기뻐하고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적은 이 세상 전체인 걸까?

                                                                   (프린세스 츄츄의 나레이션 풍으로.)


  '맨 오브 라만차'는 돈키호테를 무대화한 뮤지컬이다. 특이하게도 이 뮤지컬은 작가인 세르반테스의 몸과 입을 빌어 돈키호테를 연기하는 극중극 형태를 취하고 있다. 종교재판을 받기 위해 체포되어 옥으로 이송된 세르반테스와 그 하인은 난폭한 죄수들에게 붙들러 옥중재판을 받게 된다. 같은 죄수들 눈으로 보기에 과연 그의 죄목은 무엇인가?


  <세르반테스, 그대를 이상주의자, 엉터리 글쟁이, 고지식한 인간으로 기소한다! 그대는 유죄인가?>
  <나는... 유죄요.>



  세르반테스는 자신을 변론하기 위해 연극을 해 보이겠다고 제안한다. 그 연극이 바로 '돈키호테', 이상을 좇는 한 사나이의 이야기인 것이다. 좁은 감옥 안은 순식간에 라만차 지방의 들판으로, 풍차가 있는 언덕으로, 허름한 여관 안마당으로 변모한다. 드럼 소리가 깔리는 속에서 세르반테스는 가발을 뒤집어쓰고 우스꽝스러운 갑옷을 입으며, 자신이 기사라고 믿는 정신나간 노 지주의 모습으로 천천히 변모해간다. 마침내 돈키호테로 변신한 그가 창을 높이 치켜들고 우렁차게 부르는 곡이 바로 그 유명한 '맨 오브 라만차'. 이 엉뚱한 기사님이 등장하는 이 순간마다 나는 그만 눈물이 핑 돌고 만다.

  이 돈키호테라는 작자가 어떤 양반인고. 기사도 문학을 너무 많이 읽다가 그만 정신이 살짝 나가셔서 자신이 직접 정의의 칼을 잡고 이 불의로 가득한 세상을 바로잡겠노라 몸종 하나만 끌고 가출해 버리신 골치아픈 양반댁이다. 풍차를 괴물이라고 믿고 육탄돌격하는 건 기본이오, 동네 불한당이란 불한당은 죄 모여드는 여인숙을 웅장한 성이라고 믿고 여관 주인장에게 기사책봉식을 해 달라고 졸라대는 아주 구제불능의 옹고집옹이시다.



  그러나 이상도 하지. 그는 대체 무슨 심안이 있는지 보통 사람이 못 보는 범상한 걸 다 보는 재주가 있는가보다. 여관 주인장을 성주라고 추켜세워 주니 그 촌무지랭이 시골 사람이 귀찮아 하면서도 제법 점잖게 굴지를 않나. 매춘부와 다름없는 고단한 삶에 마르고 닳아 황폐해진 여급 알돈자를 레이디라 부르며 성심성의껏 그녀를 존경해 주니, 그녀도 조금씩 자기 자신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되지 않나. 비록 이발사의 대야를 황금 투구라 부르며 걸레와 함께 머리에 걸치는 미치광이이긴 하지만 돈키호테에게는 일말의 진실이 있었다. 그는 보이지 않는 것과 착실히 싸워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잠깐.> 그런 미치광이의 망상이 대체 무슨 소용이 있다는 건가? 닥터 코라스코를 맡은 엄격한 동료 죄수는 그렇게 반문한다. 보라고. 지금 당신 세르반테스는 감옥에 꼼짝없이 갇혀있지 않나. 두려움에 떨면서 시시각각 닥쳐오는 종교재판을 기다리고 있는데, 노망난 늙은이인 돈키호테가 그런 당신을 도와주기라도 한단 말인가? 이 세상도 마찬가지다. 미치광이의 망상 같은 이상만으로 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다는 말인가? 현실을 보라고. 세르반테스의 대답은 짧다. <현실은 진실의 적>이라고.


  세르반테스가 보아온, 전쟁과 기아와 고통으로 가득찬 세상의 현실. 그리고 알돈자가 겪어온 여관의 몸파는 여종으로서 비루하고 비참한 삶의 현실은 그리 다르지 않다. 그래서 알돈자는 내내 자신을 레이디 둘시네아라고 부르며 절하는 돈키호테에게 제발 현실을 좀 똑바로 보라고 외친다. 한번이라도 좋으니 두 눈 크게 뜨고 자신의 진짜 모습을 좀 보아달라고. 그런 그녀의 초라한 모습은 죽음의 골짜기에 면해 신음하는 인생과 가혹한 세상의 현실 그대로이다. 소설이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해 줄 것인가. 시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에게 불어넣은 이상은 세상의 고통인 알돈자에게 반사되어 부메랑처럼 고스란히 작가 세르반테스에게 돌아오고야 만다. 이상이, 소설이, 예술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참혹한 세상의 흉을 어루만지는 것 외에, 세상을 바로잡을 힘이 있다는 건가?

  그러나 이미 돈키호테는 그녀의 비난어린 질문에 대답을 했다. 그의 노래를 들어보라.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그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맹세하리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


  꿈은 이룰 수 없고, 싸움은 이길 수 없고, 슬픔은 견딜 수 없어서, 결국 사람은 인생에 지게 마련이고 세상은 구렁텅이 속에서 돌아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렇다면 살아갈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세르반테스는 전쟁에서 자신이 목격한 고통스러운 경험담을 전하며 죄수들에게 말한다. <나는 늘 눈을 똑바로 뜨고 현실을 직시해 왔소. 중요한 것은 왜 죽는가가 아니라 왜 사는가요.> 왜 죽는가와 왜 사는가.

  다시 돈키호테와 알돈자에게 돌아가 보자. 그래서 이야기는 어떻게 됐을까? 돈키호테가 레이디 둘시네아라고 그렇게 극진히 모시자 알돈자가 정말로 고상한 귀부인으로 인생을 다시 살게 되기라도 했나? 그러나 이상주의자의 이야기 속에서도 현실은 그렇게 만만히 돌아가지 않는다. 


  사내들은 사랑하는 여인에게 구애하는 작은 새의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면서 알돈자를 겁탈하고 구타한다. 짓밟힌 알돈자는 돈키호테를 향해 절규한다. <죄! 태어났다는 게 죄야. 똥통에서 태어나 여기서 죽어갈 거야.> 그것은 냉엄한 현실의 부르짖음과 동시에 그러므로 꿈도 희망도 가질 필요 없다는 냉소주의자가 탄생한 배경이다. 자신을 짓밟은 그 어느 남자보다도, 희망을 갖게 한 당신이 가장 잔인하다고 그녀는 말한다. 누구나 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건 잘 알지만, 희망이 그럴 수 있다는 건 가르쳐주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해서 이야기는 어떻게 끝나더라.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그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다 그런 거다. 세상에 희망조차 품기 힘든 가슴이 어디 한둘이랴.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다 남은 잿더미 같은 마음에 꿈이 됐든 이상이 됐든 별이 됐든 눌러담고, 이기지 못할 게 뻔한 싸움에 발소리 맞춰 나아가는 게 사람이라는 거다. 아니, 오히려 한번 그렇게 잿더미가 된 혼만이 더욱 희망을 보듬을 수 있고, 그런 사람만이 누군가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이겠지.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 당한 미친 노인네인 돈키호테가 알돈자라는 한 여자의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구할 수 있었던 것처럼. 역시, 현실은 진실의 적이다. 신이여 보우하소서, 라만차의 사나이를.

  돈키호테는- 이 노망난 구닥다리 기사님은 약속을 지켜주었고 그래서 나는 세르반테스 안에 숨겨져 있던 돈키호테가 뛰쳐나오는 그 순간을 목격할 때마다 눈물이 난다. 지금은 멸종되어 버린 고지식한 영웅은 어느 바람부는 들판에서 또 풍차를 향해 돌진하고 있을까.

 


  PS.) 당신은 이상주의자, 엉터리 글쟁이, 고지식한 인간이오? 그렇다면 우리들도 모두 죄인이오. 잡을 수 없는 별을 향해 손을 뻗치는 죄요.
  PS.2)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진실에 가까운, 가장 거짓말투성이인, 가장 사랑스러운 뮤지컬. 
  PS.3) 2005년 공연 때 두 번 보고 이번이 세 번째(정성화/윤공주/권형준씨). 소박한 깊이와 박력은 2005년이 더 좋았고, 세련미나 친절한 내용전달은 2007년 쪽이 좀더. 그리고 2007년 판은 조역들도 하나하나 세밀하게 다듬어서 살아난 점이 좋다. 정성화 씨의 풍부한 성량과 시원시원하고 폭발적인 가창력은 몹시 감동적이지만, 2005년 때 류정한 씨의 노인 연기 쪽이 개인적으로는 더 친근감이 간다. 그러나 몹시 훌륭한 무대였다. 은행 잔고님과 상담해서 한 번 더 보고 싶다. 은행 잔고님 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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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 오브 라만차(2007)-2007. 10. 20. 19시 울산 현대예술관 2007/10/28 22:34 #

    주연: 정성화(세르반테스/돈키호테) 윤공주(알돈자) 이훈진(산초) 최민철(도지사/여관주인) 민경언(닥터 까라스꼬-얼굴이 정말 작다!! 게다가 키도 커!! +_+) 진용국(신부) 김명희(가정부) 정명은(안토니아) 김호(이발사) 오은미/장은숙/문종원/박송권/배준성/김사량/정재헌/이동재/김민주 2005년도에 [돈키호테-라만차의 사나이] 공연에 대한 이런저런 감상문을 찾아 읽으면서 ‘또 좋은 공연 하나를 놓쳤구나.’라는 생각에 속절없이 찬물만 계속 들...... more

덧글

  • wizdom07 2007/08/30 00:32 # 답글

    공연 보고와서 올해 OST 샀어요. 겹치는 곡도 꿋꿋이 근성있게 2CD로 분리해둬서 따로따로 듣기 편한 점 좋았지 말이빈다 ㅠㅠㅠㅠㅠㅠ 조승우-김선영-이훈진 캐스팅으로 봤는데, 잠깐 반짝 하고 왔다가는 일정이라 정성화 씨 공연은 영영 못보게 생겼지 말입니다. 이놈의 신세 orz
  • 아울양 2007/08/30 00:48 # 답글

    아싸 부러워라....(...)
  • 크바시르 2007/08/30 00:59 # 답글

    뮤지컬은 못 봤지만, 원작 소설은 좋아합니다.
    그런데 어릴 적에 그냥 킬킬대면서 읽었었지만 이젠 머리가 굵어져서인지 돈키호테 옹이 서글프게 느껴지더라구요. 세르반테스가 어떤 심정으로 이런 주인공을 창조해 내었을지...
  • 제절초 2007/08/30 08:46 # 답글

    은행 잔고님과 상담해서 한 번 더 보고 싶다. 은행 잔고님 플리즈.

    -> 과연 현실은 진실의 적이군요.(...)
  • 半道 2007/08/30 09:33 # 답글

    공감이 가는 좋은 글입니다.

    그리고 제절초님의 덧글, 최고입니다!
  • 좋은사람 2007/08/30 09:34 # 삭제 답글

    은행잔고님과 이 공연한다고 발표났을 때부터 상의했는데, 답변은 '포기해'였어. ㅠ.ㅜ
    정성화씨 공연 정말 보고 싶었는데 또 해 줬으면 좋겠다.
    감상 잘 봤어~ :-)
  • MoGo 2007/08/30 10:18 # 답글

    눈물이 핑 돌 정도는 아니지만,(저는 세상 때가 많이 뭍었습니다..) 가슴 한켠이 짠하기는 합니다. 저도 류배우님의 돈키호테가 살짝 더 좋긴 하지만 이번에 정성화 씨 공연 보고 놀랐다고나 할까.. 새삼 다시 봤어요. 그래서 은행 잔고님을 협박해서 이번주 일요일 정성화 씨 막공 갑니다. ...한동안 빈대 붙어 살아야 하는 신세...;;;
  • 가하 2007/08/30 13:00 # 답글

    저는 돈키호테가 알돈자를 보지 못하고 둘시네아만 보는 것도 너무 싫었고 현실을 살고 있는 알돈자를 꿈으로 끌여들어 그런 일을 당하게 하는 것도 너무 싫었어요. 알론조가 죽었을때 알돈자는 이 사람이 돈키호테가 아니라고 하잖아요. 진실된 서로를 마주보지 못하는건 현실을 포기하고 꿈을 꾸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전 이 공연이 완전한 비극이라고 생각했어요. 전 꿈은 현실 안에서 꾸어야 한다고 생각각해요. 사이암님은 알돈자에게서 희망을 보셨나요.
    하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정말 좋아요. 저도 OST계속 듣고 있어요.
  • 살아가자 2007/08/30 13:06 # 답글

    역시 사이암님 글이 최고예요 ㅠ.ㅠ 하지만 돈키호테 공연이 더 최고예요 orz 어쩜 좋아...
    정말 또 보고 싶어 죽겠어요.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주는 공연이라는 말에 걸맞는다니까요.
    이번 공연 감상은 너무 설렁설렁 써서 안되고(이놈의 회사 orz;;;) 학생 시절 썼던 글로 트랙백 겁니다 >ㅁ<
  • 저기... 2007/08/30 14:19 # 삭제 답글

    혹시, 영혼의 물고기를 쓰시고, 하이어리데스를 연재하시던 김작가님 맞으신가요? 두 작품을 무척 감명 깊게 읽었답니다. 초면부터 실례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이어리데스는 연재분 이후를 볼 수가 없어서 찾아다녔었는데. 혹 출간 계획은 없으신가요?
  • 녹차양갱 2007/08/30 17:27 # 답글

    은행 잔고님 ㅠㅜ

    정성스럽고 애정이 담긴 리뷰네요 글을보니 저까지 마구 보고파져요;ㅂ;
    저도 은행 잔고님과 상담을 ㅇ>-<
  • Honora 2007/08/30 17:47 # 답글

    님 이오공감에 올라갔어요 ㄷㄷㄷ
    전 막공 보러 갑니다. 첫공, 막공 보게 되네요 결국... 진짜 너무 비싸서 배가 아플 지경이지만 언제 다니 올라올 지 모르니 ㅠ_ㅠ;;;
  • 사이암 2007/08/30 18:44 # 답글

    돔님/ 저랑 완전 정반대 캐스팅! 저도 그 캐스팅으로 한번 더 보고 싶은데 잔고님께 격렬히 태클 들어왔어요.orz
    아울님/ 더 부럽게 해 드려야지. 어제 29일 낮공연은 30% 할인이었어요. <-

    크바시르님/ 뮤지컬에서도 참 서글픕니다. 객관적으로는 미친 영감이 맞는데 그게 참 세상을 이롭게 하고 싶다는 선한 욕망에서 비롯된 광기라니. 씁쓸하죠. 전 완역본의 두께에 압도되어 아직 못 읽고 있는데 한번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제절초님/ 너무 정답이십니다!

    半道 님/ 감사합니다. :-) 제절초님이 그야말로 정곡을 찔러주셨습니다.
    좋은사람/ 앗 반가워라. 자네도 보고 왔군! 나도 잔고님이 '님 꿈깨셈'이라고 해서 좌절했소. ㅠㅠㅠㅠㅠㅠ

    MoGo 님/ (저도 별로 말랑한 사람은 아니랍니다. :3) 류정한 씨가 연기하셨던 돈키호테가 상당히 연민이 가고도 애잔하고 그러고도 용감해서 저도 몹시 좋아했습니다. 정성화 씨의 박력도 놀라웠죠. 이분의 노래는 참으로 결이 굵고 힘찬데도 감정표현이 섬세해서 멋졌습니다. 막공 즐겁게 감상하고 오세요. 부럽습니다. orz
    가하님/ 좋은 의견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뮤지컬은 엄청난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살아가는데 오직 현실만이 필요하다면 알돈자의 말대로 세상은 똥통이고 어차피 죽기 위해 살아야 하는 것이라 꽃도 맛있는 음식도 위안해주는 친구도 좋은 소설이나 시도 필요없을 겁니다. 그리고 알돈자는 뭘 해도 어차피 창부니까 자신을 용서하지 말고 죽는 그날까지 자기를 창녀라고 비관하며 살아야겠죠. 한번 살인자는 영원히 살인자고 누구나 저지르는 실수도 지워지지 않을 겁니다. 그게 철저한 자기자신이고 현실이니까요. 하지만 세르반테스적 고민은, 세상은 변하지 않지만 변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계기라도 주고 싶다, 라는 점이었고 저는 그 점에서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시는 왜 위안을 주는지 소설은 왜 감동을 주는지, 그래봤자 세상에 빵 하나 가져오는 게 아닌데. 진실이 굳이 현실과 상동할 필요는 없겠죠. 제 자신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이상주의는 환상을 주어 피기득권을 길들이기 위한 기득계층의 지배논리이자 마약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알돈자가 행복해져야 할 권리를 빼앗고 싶지는 않아요. 전 진심으로 알돈자가 행복하기를 원했고, 그녀에게 '지금의 그녀' 이상의 무엇을 보여준 돈키호테가 실은 존재하지 않는 환상의 인물이라 해도 고마웠습니다. 네, 저는 이 뻔뻔한 거짓말에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 음악도 정말 좋죠.

    살자님/ 저도 간만에 다시 살자님 감상문을 읽고 도 2005년을 생각해 버렸어요. ㅠㅠ 이 뮤지컬 내년이나 내후년에도 또 공연되면 좋겠어요.
    저기님/ 그런 옛날 글을 기억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orz 게으름 피우는 중이라 하이어리데스는 완결이 아직 안 나서 출간하지 않았답니다. 언젠가 꼭 완결해서 출간하고, 다른 글들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녹차양갱님/ 은행잔고님이 제일 무섭습니다. T_T 보실 수 있다면 놓치지 말고 꼭 보세요! 잔고님께 승리하시길 빌어드립니다. ㅠㅠㅠㅠ
    Honora 님/ 저도 좀전에 발견하고 후덜덜. 첫공 막공 모두 보시다니 부럽습니다. ㅠㅠ 저도 막공으로 한번 더 보고 싶은데 기사님이 나타나주시지 않아서 은행잔고님께 졌습니다.
  • 크루세닌 2007/08/31 08:38 # 답글

    정말 멋진 글입니다.ㅜㅜ 감상문만으로도 가슴을 찡하게 만드시는 필력이라니.. 역시 사이암님은 대단하세요!!! ;ㅁ;b
  • Ranbel 2007/08/31 15:15 # 답글

    맨 오브 라만차 보러왔다가 글이 마음에 들어서 링크했습니다. 가끔 찾아뵐께요^^
    덧. 영혼의 물고기는 인상깊게 봤더랍니다.(꾸벅)
  • 사이암 2007/08/31 19:49 # 답글

    크루세닌님/ 어서오세요, 크루세닌님. 반갑습니다! ;ㅁ; 사실 크루세닌님 댁 몰래 이글루 링크해놓고 살짝살짝 다녀가고는 했지만요. <-
    Ranbel 님/ 링크 감사합니다. 그 이야기도 읽어주셨다니 반갑습니다. 자주 들러주세요. :-D
  • 세이카 2007/09/01 11:34 # 답글

    맨 오브 라만차..보려고 하다가 예약시기를 놓쳐서 갈 수 없게 된..;-;
    잘 읽고 갑니다~살짝 링크신고도 하고 갑니다(...)
  • 스카이워커 2007/09/04 02:40 # 답글

    아아 언냐 눈물 찔끔 나고 말았어 ㅠ.ㅜ 보고파보고파 공연에 목마른 어린양 그러나 그 전에 사얌 얼굴부텀!!
  • 개털 2007/09/04 10:34 # 답글

    진짜 재밌겠어요 으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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