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5월 14일
로보트킹
▶ 『로보트킹』 복간판 전 13권 세트 공동구매에 참여할 의향이 있으신 분?
이번에 미르기님의 공구에 힘입어, 예전에 1~3권까지만 사고 그 이후로 못 사고 있던 <로보트킹> 전집을 구했습니다. 제가 4~13권까지 구해서 그렇지, 1권부터 전권 구입하시면 멋진 블랙 박스에 책이 담겨서 옵니다.
이번에 공구로 추진된 <로보트킹> 복간판 셋트와 <강철의 대지>. 강철의 대지는 잘 모르는 작품인데 이제 천천히 읽어보려 합니다.
조금 클로즈업해서 한장 더. 보시면 알겠지만 표지 디자인이 참 멋드러집니다.
로보트킹이라면 고유성 선생님의 한국SF걸작으로 손꼽히는 명작입니다. 전 고유성 선생님의 작품을 <어깨동무>에 연재된 <번개기동대>로 처음 접했죠. 수많은 명작이 어깨를 견주며 나란히 실린 어깨동무였지만 그중에서도 번개기동대라는 작품은 각별했어요. 투박한 선으로 머뭇거림 없이 거침없이 그려낸 듯한 굵은 그림체에 매력적인 캐릭터들, SF 설정 속에서 개그와 인간미가 뒤섞여서 정말 사람 맛이 나는 만화였으니까요. 어린 나이에 천재로 두각을 나타내는 바람에 동료 과학자들의 시샘을 사서 학계에서 쫓겨난 고박사, 그리고 주인공 유탄이 달에서 <번개기동대>라는 우주 탐정 콤비를 결성해 멋지게 사건을 해결하는 옴니버스 작품이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너무 어린 시절에 읽었던지라 작품의 상세한 부분은 기억이 안 나네요. 유탄도 분명 처절한 뒷배경이 있어서 달에 고립되어 썩어가던 처지였는데 그게 뭐였는지도 잊었고, <로보트킹>에서 유탄의 조수 노릇을 하던 호연양이 여기서도 등장했는지 모르겠어요. 포이라 공주와 안드로이드 아가씨와 <바사기>라는 이름의 센스 넘치는 로봇 부하는 기억이 나는데 말이죠. 참고로 바사기는 순 우리말로 바보라는 뜻이랍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개그가 하나 있어요. '알고보니 악당 부두목이 포이라 공주의 부모였다'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비극적인(?) 해후 끝에 그 부두목이 혼자 꺼이꺼이 울면서 <포이라야, 포이라야, 담요 이름 같은 내 딸 포이라야>라고 하더라고요. 악당은 심각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지던 순간이었어요. 아주 뒤집어지게 웃었죠.
그후로 고유성 선생님의 작품을 손에 닿는 한도 내에서 열심히 찾아봤어요. 어린이 신문에 연재되던 <로봇 콩>도 있었고, 알라딘 문고 요요코믹스에서 <불사조>라던가 그외 상당히 여러 작품을 출간해줘서 동생과 함께 용돈을 모아 바지런히 사 봤습니다. 권당 천 이백원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해요.
그러다가 콩콩 코믹스였나 어디선가 <로보트킹> 시리즈를 내놓는 바람에 제 인생이 그때 한번 옆으로 삐끗했습니다. 여러번 비틀비틀 삐끗삐끗하는 바람에 현재 이 상태로 흘러오긴 했지만 로보트킹의 여파도 상당히 강했어요. 이 작품이 처음 선보인 게 1977년이었다죠. 다른 나라에서는 이제 막 기다지마 마야가 중국집 배달 철가방을 손에 쥐고 '연극이 좋아!'라고 외치고 있을 무렵입니다.
스토리는 간단해요. 고고학자인 유박사와 그의 어린 아들 유탄이 사막지대 유적에서 수수께끼의 상자를 발견합니다. 그걸 조립해보니 그건 외계인이 지구인에게 보낸 막강한 로보트였고, 당연히 그 로보트를 노리는 악의 조직이 습격해 오는 바람에 유박사가 장렬히 희생되고 말지요.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소년은 복수를 다짐하고 그 로보트의 파일럿이 되기로 결심. 그리고 꼬마인 주제에 인터폴 아시아 지부장이며 천재라 불리는 고박사와 막강한 파워를 지닌 초능력 소녀 호연을 파트너 삼아 악의 조직과 대결을 벌입니다.
이런 단순한 스토리가 70년대 감각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맛깔나게 전개됩니다. 지금 보면 허술하기도 하고 그림체도 무디며 이야기 얼개는 전형적이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건 재미있는 겁니다! 무엇보다도 유례가 드문 <로봇 장편물>인 데다가, 여러 설정과 물리학적 지식을 잘 응용해서 정통SF물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유탄이 처음 로보트킹의 조종사가 되는 제일 첫 에피소드만 세 권 분량이고, 나머지는 각기 한 권으로 완결이 나는 옴니버스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어요. 매 권마다 새로운 악당이 등장하고 그때마다 로보트킹은 정글로, 지저로, 해저로, 우주로, 종횡무진 바쁘게 뛰어다닙니다.
하도 예전에 봐서 다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읽다보니 조금씩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클라이맥스 직전에 '아, 여긴 이렇게 됐던 것 같아!'라고 심장이 다 두근두근거리더라고요. 이 작품에서 악당들은 거의 희회화되어 개그로 묘사가 되는데(이 작품의 큰 특징 중 하나가 자기희화화입니다. 조금 심각하거나 무거워지려고 하면 스스로를 개그로 삼아서 웃음을 유발해 그 심각한 분위기에서 탈출하지요.) 그 개그 악당 중에서도 '치통'의 에피소드는 어린 시절 정말 좋아했더랬습니다. 다시 봐도 그때 그 느낌이 똑같이 되살아나서 명작에는 역시 세월이 관계없구나 싶었어요.
물론 70년대 80년대에 그려진 작품이라 그 당시 사회의 가치관이나 편견 등이 필터링 없이 담겨져 있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틀에 박힌 사회적 정형성을 탈피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여서 또 놀랐지요. 요즘은 맥주를 마시며 이걸 한권씩 쏠랑쏠랑 읽는 재미로 살고 있습니다.
단 하나 아쉬운 건 <번개기동대>도 단행본으로 나와주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는데 역시 출간 소식이 없다는 것. 어깨동무에서도 히트치며 장수연재 중이었는데 한창 도중에 어깨동무가 폐간되어서 완결도 못 됐고 단행본으로 출간되지도 못 했거든요. 게다가 주로 개그였던 원래 분위기와 달리 진지하고 어두운 분위기였던 새 에피소드가 클라이맥스로 치솟을 때 갑자기 딱 끊겨서 어린 마음에 한이 맺혔습니다. -_-
그래도 <로보트킹>이라도 무사히 전권 복간되어 준 게 어딥니까. 팬이라고 하면서도 출시되자마자 정가에 구입하지 못한 건 부끄럽지만, 뒤늦게라도 전권을 갖출 수 있어서 기쁩니다. 이거 다시 봐도 왜 이렇게 재미있죠?
덤으로 고유성 선생님의 홈페이지라도 소개할까 했는데 몇년 새 주소가 사라진 모양입니다. 고유성 선생님이 독자 서비스로 공개하신 <복제인간>이라는 단편도 정말 발군의 명작이라 소개하고 싶었는데 안타깝습니다. 인간미 넘치며 가슴 저린 SF 러브스토리였지요.
이번에 미르기님의 공구에 힘입어, 예전에 1~3권까지만 사고 그 이후로 못 사고 있던 <로보트킹> 전집을 구했습니다. 제가 4~13권까지 구해서 그렇지, 1권부터 전권 구입하시면 멋진 블랙 박스에 책이 담겨서 옵니다.


로보트킹이라면 고유성 선생님의 한국SF걸작으로 손꼽히는 명작입니다. 전 고유성 선생님의 작품을 <어깨동무>에 연재된 <번개기동대>로 처음 접했죠. 수많은 명작이 어깨를 견주며 나란히 실린 어깨동무였지만 그중에서도 번개기동대라는 작품은 각별했어요. 투박한 선으로 머뭇거림 없이 거침없이 그려낸 듯한 굵은 그림체에 매력적인 캐릭터들, SF 설정 속에서 개그와 인간미가 뒤섞여서 정말 사람 맛이 나는 만화였으니까요. 어린 나이에 천재로 두각을 나타내는 바람에 동료 과학자들의 시샘을 사서 학계에서 쫓겨난 고박사, 그리고 주인공 유탄이 달에서 <번개기동대>라는 우주 탐정 콤비를 결성해 멋지게 사건을 해결하는 옴니버스 작품이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너무 어린 시절에 읽었던지라 작품의 상세한 부분은 기억이 안 나네요. 유탄도 분명 처절한 뒷배경이 있어서 달에 고립되어 썩어가던 처지였는데 그게 뭐였는지도 잊었고, <로보트킹>에서 유탄의 조수 노릇을 하던 호연양이 여기서도 등장했는지 모르겠어요. 포이라 공주와 안드로이드 아가씨와 <바사기>라는 이름의 센스 넘치는 로봇 부하는 기억이 나는데 말이죠. 참고로 바사기는 순 우리말로 바보라는 뜻이랍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개그가 하나 있어요. '알고보니 악당 부두목이 포이라 공주의 부모였다'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비극적인(?) 해후 끝에 그 부두목이 혼자 꺼이꺼이 울면서 <포이라야, 포이라야, 담요 이름 같은 내 딸 포이라야>라고 하더라고요. 악당은 심각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지던 순간이었어요. 아주 뒤집어지게 웃었죠.
그후로 고유성 선생님의 작품을 손에 닿는 한도 내에서 열심히 찾아봤어요. 어린이 신문에 연재되던 <로봇 콩>도 있었고, 알라딘 문고 요요코믹스에서 <불사조>라던가 그외 상당히 여러 작품을 출간해줘서 동생과 함께 용돈을 모아 바지런히 사 봤습니다. 권당 천 이백원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해요.
그러다가 콩콩 코믹스였나 어디선가 <로보트킹> 시리즈를 내놓는 바람에 제 인생이 그때 한번 옆으로 삐끗했습니다. 여러번 비틀비틀 삐끗삐끗하는 바람에 현재 이 상태로 흘러오긴 했지만 로보트킹의 여파도 상당히 강했어요. 이 작품이 처음 선보인 게 1977년이었다죠. 다른 나라에서는 이제 막 기다지마 마야가 중국집 배달 철가방을 손에 쥐고 '연극이 좋아!'라고 외치고 있을 무렵입니다.
스토리는 간단해요. 고고학자인 유박사와 그의 어린 아들 유탄이 사막지대 유적에서 수수께끼의 상자를 발견합니다. 그걸 조립해보니 그건 외계인이 지구인에게 보낸 막강한 로보트였고, 당연히 그 로보트를 노리는 악의 조직이 습격해 오는 바람에 유박사가 장렬히 희생되고 말지요.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소년은 복수를 다짐하고 그 로보트의 파일럿이 되기로 결심. 그리고 꼬마인 주제에 인터폴 아시아 지부장이며 천재라 불리는 고박사와 막강한 파워를 지닌 초능력 소녀 호연을 파트너 삼아 악의 조직과 대결을 벌입니다.
이런 단순한 스토리가 70년대 감각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맛깔나게 전개됩니다. 지금 보면 허술하기도 하고 그림체도 무디며 이야기 얼개는 전형적이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건 재미있는 겁니다! 무엇보다도 유례가 드문 <로봇 장편물>인 데다가, 여러 설정과 물리학적 지식을 잘 응용해서 정통SF물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유탄이 처음 로보트킹의 조종사가 되는 제일 첫 에피소드만 세 권 분량이고, 나머지는 각기 한 권으로 완결이 나는 옴니버스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어요. 매 권마다 새로운 악당이 등장하고 그때마다 로보트킹은 정글로, 지저로, 해저로, 우주로, 종횡무진 바쁘게 뛰어다닙니다.
하도 예전에 봐서 다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읽다보니 조금씩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클라이맥스 직전에 '아, 여긴 이렇게 됐던 것 같아!'라고 심장이 다 두근두근거리더라고요. 이 작품에서 악당들은 거의 희회화되어 개그로 묘사가 되는데(이 작품의 큰 특징 중 하나가 자기희화화입니다. 조금 심각하거나 무거워지려고 하면 스스로를 개그로 삼아서 웃음을 유발해 그 심각한 분위기에서 탈출하지요.) 그 개그 악당 중에서도 '치통'의 에피소드는 어린 시절 정말 좋아했더랬습니다. 다시 봐도 그때 그 느낌이 똑같이 되살아나서 명작에는 역시 세월이 관계없구나 싶었어요.
물론 70년대 80년대에 그려진 작품이라 그 당시 사회의 가치관이나 편견 등이 필터링 없이 담겨져 있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틀에 박힌 사회적 정형성을 탈피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여서 또 놀랐지요. 요즘은 맥주를 마시며 이걸 한권씩 쏠랑쏠랑 읽는 재미로 살고 있습니다.
단 하나 아쉬운 건 <번개기동대>도 단행본으로 나와주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는데 역시 출간 소식이 없다는 것. 어깨동무에서도 히트치며 장수연재 중이었는데 한창 도중에 어깨동무가 폐간되어서 완결도 못 됐고 단행본으로 출간되지도 못 했거든요. 게다가 주로 개그였던 원래 분위기와 달리 진지하고 어두운 분위기였던 새 에피소드가 클라이맥스로 치솟을 때 갑자기 딱 끊겨서 어린 마음에 한이 맺혔습니다. -_-
그래도 <로보트킹>이라도 무사히 전권 복간되어 준 게 어딥니까. 팬이라고 하면서도 출시되자마자 정가에 구입하지 못한 건 부끄럽지만, 뒤늦게라도 전권을 갖출 수 있어서 기쁩니다. 이거 다시 봐도 왜 이렇게 재미있죠?
덤으로 고유성 선생님의 홈페이지라도 소개할까 했는데 몇년 새 주소가 사라진 모양입니다. 고유성 선생님이 독자 서비스로 공개하신 <복제인간>이라는 단편도 정말 발군의 명작이라 소개하고 싶었는데 안타깝습니다. 인간미 넘치며 가슴 저린 SF 러브스토리였지요.
# by | 2007/05/14 12:47 | 중년의 취향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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