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자리

  1. 요즘은 '악몽 전 단계'를 많이 꾼다. 그게 뭔고 하니 '여기서 한 발짝만 더 진행되면 영락없이 악몽이 된다'고 느끼는 순간 눈을 번쩍 뜨는 스킬이다. 지난번에는 외계 광선처럼 보이는 알 수 없는 백색공포광에 애견이 노출되어 개가 펑 하고 터져 죽기 일보직전에 움찔 놀라서 눈을 떴다. 왜냐하면 개 다음에는 내 차례였으니까.

  오늘은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자정 무렵 쯤에 '그것'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처음 보는 기괴한 낯의 노파가 이미 죽은 듯한 어린애를 껴안은 채 내 아파트 창문 밖으로 떨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아니, 떨어진다는 표현이 옳으려나. 하여간 나를 괴롭힐 목적이었는지 아파트 창 밖에서 주름이 가득한 새하얀 얼굴로 나와 눈을 마주치며 째지는 듯 낄낄 웃고 있었다. 듣기 싫은 소리. 음, 그런데 실제로 소리가 들린 건 아니고 소리가 보였다고나 할까. 그게 꽤 싫은 이미지라서 또 '필살 눈 번쩍 뜨기'로 그 장면에서 악몽을 끊어버렸다.

  그대로 곧바로 자면 꼐속 모드로 그 꿈을 이어서 꾸고 그럼 확실하게 악몽이 되겠지 싶더라. 어떻게든 일어나서 불을 켜려고 했지만, 어지간히 피곤했는지 그냥 무시해 버리고 또 자 버렸다. 그렇다. 원래 이렇게 둔한 인간이다. -_- 다행히도 이렇게 '악몽 전 단계'에서 꿈을 끊은 후에 꿈이 그 뒤로 이어지는 일은 없었다.

  원래 꿈을 잘 안 꾸는 체질이라 악몽을 꾼 건 평생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런데 요즘 이렇게 악몽이 될랑말랑한 꿈을 꾸는 빈도가 늘고 있다. 악몽 꾸면 가위 눌린다는 사람들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2. 막 잠이 깨서 몽롱할 땐 기억이 안 났는데 곰곰히 잘 생각해보니 은근히 열받네. 무서운 게 아니라 열받아. 왜 그런가 하니, 꿈에 레스*어를 닮은 누군가가 나왔거든. '이야기의 마무리로 쓰라'고 우아한 글씨로 글을 휘갈겨 써서 역시 우아한 손놀림으로 내게 건네주던 찰나에- 바로 저 노파 사건이 일어났던 거다. 꽤 마음에 드는 문장이었는데. 짤막한 문장 세 줄로 이루어진 그 글이 꽤 괜찮아서 '어차피 이건 꿈이니까' '일어나면 써먹어야지'라고 열심히 외우던 중, 망할 노파 같으니. 홀라당 까먹었잖아. -_-  그런데 왜 레*테어에게 놀림받은 기분이 들지? 이놈의 인간 제법... ㄱ-

  괜찮아, 예뻤으니까. 예쁘면 다 용서 돼. -_- 

  3. 나름 악몽에 대한 절박한 토로였는데, 개그를 거쳐 매니악한 이야기로 끝맺게 되는구나. 이렇게까지 나 자신을 희생한 결과가 한떨기 펫밥이 되어 펫의 응가로 승화할 거라 생각하니 안구에 습기가 차 오른다.

by 사이암 | 2007/05/11 06:34 | 멋대로 떠들기! | 트랙백(1)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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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이상한 나라의 어딘가 .. at 2007/05/11 11:49

제목 : 악몽
악몽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원래는 꿈을 잘 안 꾸는 편이다. 빛과 소리가 없는 공간에서 최대한 깊이 잠드는 형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이야기는 일단 크게 두가지로 분류된다. 악몽과 악몽 아닌 꿈. (요즘 악몽 아닌 꿈에서는 뜬금없이 다른 분의 머스킷티어 캐릭터 엘러리가 등장해 자꾸 설거지를 한다. 왜, 이해할 수 없어. 너로 망상한 적이 없는 건 둘째치고 귀족가의 정장으로 쥬스또꼬르를 잘 차려입은 녀석이 왜 설거지를 하고 있니.) 그리......more

Commented by 뮹뮹 at 2007/05/11 08:18
펫의 응가 OTL 신기하네요, 악몽 전 단계의 꿈이라.

전 악몽이든 뭐든 스토리가 있는 꿈은 끝을 보고 깨고 싶다고 생각해서
깨도 도로 잠들어서 마저 꿀테다 꿔버리고 말테다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이어지는 일은 절대로 없더라구요;
몇일 뒤에 단막극처럼 2부, 3부 이런 식으로 이어질 때는 있지만.
Commented by 알펜노이어 at 2007/05/11 08:36
전 약간 불면증이라 거의 잘 때마다 꿈을 꾸거든요. 게다가 그게 나름 또 설정이 빡빡한 꿈이라 헤어나질 못하고 계속 버둥거리다가 간신히 깨어날 때도 많아요...

...라고 해도 요새 갑자기 이래저래 피곤한 일이 많아서 꿈을 안 꾸고 푹 자버리니까 이제는 불안하기까지 하달까 뭐랄까;;
Commented by 사이암 at 2007/05/11 08:38
뮹뮹님/ 앗, 닉이 귀여우시다, 라고 생각했더니 츠뮤님이셨군요. 와, 2부 3부로 이어지다니 신기해요!
알펜노이어님/ 전 원래 베개에 머리만 닿으면 푹 잤는데 요즘 잠을 설칠 때가 많아지니까 괴롭더라고요. 불면증이면 피곤하시겠어요.orz
Commented by 에리카 at 2007/05/11 09:43
전에는 꿈을 굉장히 많이 꿨었는데 요즘 알바 시작하고 나면서 피곤하니까 꿈꿀새도 없이 잠들어버리더군요..;ㅅ;
전 개인적으로 좋은꿈이든 나쁜꿈이든 꿈꾸는건 좋아해서 꿈꿀수없는 요즘이 시러요..ㅠㅠ
Commented by 풍혼마녀 at 2007/05/11 10:33
전 가끔 신기한 설정을 동반한 이야기 한편을 꾸곤해요. 문제라면 1. 굉장히 자세한 부분까지 설정되어있는 꿈이었는데 정작 깨면 그 자세한 설정 부분이 몇개밖에 생각이 안나고[......] 2. 이야기의 클라이막스를 달리는 부분에서 꿈에서 깨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어흐흑oTL 그래서 그 뒤는 어떻게 되었다는거지;ㅅ;?! 랄까요;ㅅ;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7/05/11 10:42
안돼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 레스님이 직접 적어준 대사. ㅠㅜㅠㅜㅠㅜㅠㅜ
Commented by 이크리 at 2007/05/11 11:20
저도 악몽이며 기분 나쁜 꿈 참 많이 꾸는데ㅠㅠ 꿈일 뿐이지만 상당히 찝찝해요. 그런데 옛날엔 그대로 당했는데 요즘은 컨트롤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어요. 얼마전엔 강도에게 승리!<-
좋은 꿈 꾸셨으면 좋겠어요;ㅂ;
Commented by 쵸코찡 at 2007/05/11 13:46
페...펫의 응가로 승화...ㄷㄷㄷ
Commented by 지오 at 2007/05/11 13:53
전단계에서 번쩍 눈뜨기ㅠㅠ 그래도 악몽으로 넘어가지 않고 깨어나실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ㅅ; 그런데, 레*테어님의 글 뭐였는지 진짜 궁금하네요. 우아하신 필체도 궁금하고'///'
Commented by RakSung-樂成 at 2007/05/12 00:36
저는 꿈을 잘 안 꾸는 건지 기억을 못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저도 이런저런 꿈 많이 꿔 보고 싶은데... 나쁜 꿈보다는 항상 즐거운 꿈만 꾸시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rpawjdk at 2007/05/12 01:51
상당히 멋진 스킬이네요;; 덜덜덜;;
마스터하면 자각몽을 꾼다던가 하는건;;<-
Commented by 유이군 at 2007/05/12 12:42
헛...전 잠독이라 좀처럼 꿈 자체를 안 꾸는데...;;(이전에 피투성이 집에서 누군가한테 쫓기는 꿈을 꿔본적은 있지만)가끔 꾸는 꿈도 좋다 나쁘다라기보단 아스트랄랄한 계열들이고-ㅁ-// 지난번엔 꿈에 거대 오징어랑 참치가 살랑살랑...;;
Commented by 에루스 at 2007/05/12 13:42
하하하;저는 가위에 잘 눌리는 체질이라
가위눌리면 "아 또 가위야?"하는(..)..
그래도 매번 당할때마다 괴로운건 사실이죠
유독 제방에서만 제가 잘 눌리니...ㅠ_ㅠ)
Commented by 검은고양이 at 2007/05/12 16:23
... 악뭉을 꿀듯 하면 깨어나는 스킬이라; 저도 갖고싶어요!
전 매번 꿈을 꾸면 악뭉이라서;; 그래도 그냥 피곤하니까 무시하고 그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잔다고 할까요; 악뭉꾸다가 깨어나도 화장실갔다가 밥 먹고 다시 잠들면 꿈이 재밌게도 끊었던 상황에서 다시 이어져서 그냥 그런대로 즐기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제스퍼 at 2007/05/12 19:08
필살 눈번쩍뜨기 부러워요!!!! 배우고 싶은 이 마음!!!
Commented by 세르네즈 at 2007/05/12 22:06
저도 악몽이라고 느끼는 순간이랄지 가위눌리기 직전에 꿈이라는 걸 혹은 가위 눌리려 한다는 걸 알아차리고 깨고는 합니다.=_=;; 덕택에 언제 악몽을 꾸고 가위에 눌리는지도 알고 있을 정도에요.orz

아, 뜬금없지만 책 잘 받았습니다. 감사드려요! 너무 예뻐서 봉투에서 꺼내는 순간 부비부비하려다 겨우 참았어요! >ㅁ<
그리고 이글루 링크해갑니다.^^;;(사실 2권 주문하기 전에 링크했지만 이제서야 신고하네요^^)
Commented by 사이암 at 2007/05/13 14:36
에리카님/ 그래도 숙면이 건강에는 좋답니다. :D 그래도 평소에 꿈을 많이 꾸신다니 부러워요. 저도 뭔가 기억나는 꿈이 있으면 좋겠어요.
풍혼마녀님/ 설정이 있는 꿈! 그거야말로 로망! 깨고나면 잊는다니 너무 아깝잖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마녀님/ 처음부터 고의적이였어. 날 놀리려고 꿈에 나온 거라고요. orzorz
이크리님/ 이크리님도 건강하게, 좋은 꿈만 꾸셔야 해요. ;ㅁ; (덥석) 저도 예전엔 몰랐는데 직접 악몽을 꿔 보니 정말 기분 찝찝하더라고요.

쵸코찡님/ 요즘은 포스팅만 썼다 하면 머릿속에 '펫한테 밥 줘야지' 이 생각 뿐이에요. orz
지오님/ 정말 악몽 바로 직전에서 눈을 번쩍 뜨면 식은땀이 다 나요. 그 남자의 글씨는 정말 우아한 필기체더랍니다. ㅇ>-<

RakSung-樂成 님/ 옙, 감사합니다. :-) 저도 거의 안 꾸던 편인데 요즘은 잠깐잠깐 꾸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일어나면 까먹는다는거...
rpawjdk 님/ 오, 마스터는 어떻게 하는 겁니까? 설마 꿈을 꾸면서 수련치를 모은다던가? <-

유이군님/ 거대 오징어랑 참치라니 귀여워요. orz
에루스님/ 헉, 가위 잘 눌리면 몸이 허하다던데 잘 챙겨드시고 주무시기 전에 따끈한 우유라도 한 잔 드세요! 가위 눌려본 적은 없지만 얘기만 들어도 상당히 후덜덜...

검은고양이님/ 스토리가 이어지는 꿈이 로망이지만 악몽이 이어진다니. ㅠㅠ 악몽 주제에 왜 그렇게 끈질기답니까. ㅇ>-<
제스퍼님/ 에헴, 이것은 홀연히 오색구름을 타고 나타난 지리산의 신선님이 특별히 전수해주신 스킬로... ()()

세르네즈님/ 링크 감사합니다. aida 님 표지 너무 이쁘죠! 팔불출 모드로 막막 자랑하고 싶어요. -///- 악몽 전에 컷트하는 스킬이 정말 유용하죠. 그래도 악몽 특유의 찝찝한 기분은 남지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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