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3월 02일
내 청춘의 올훼스의 창
절대만담의 대가인 절세마녀님과 토킹 어바웃. 전반적으로 제멋대로 늘어놓긴 했지만, 80년대 번역본 순정만화들과 파름문고에 대한 회상기라고나 할까요.
사이암▶옥션에 올훼스의 창 전권이 나와있었는데 놓쳤어요.
절세마녀▶...근데 그거 이제 와서 다시보면
절세마녀▶머리속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갈 것 같은 내용 아니었어요?
사이암▶으하하하
사이암▶전반부에 배다른 누이들하고 신경전이 좋았어요
사이암▶사실 집에 82년인가 84년에 찍은 판본으로 전권 있긴 해요
절세마녀▶...
절세마녀▶근데 왜..
사이암▶그 왜 있잖아요
사이암▶고유명사는
사이암▶굵은 보석체고
절세마녀▶...푸하하하하하하ㅏ?하하ㅏ?하하하하하하
사이암▶아아, 어찌하여 어쩌구 하느뇨
사이암▶라던가
사이암▶할지어다
사이암▶라는 사어체가
절세마녀▶OTL
사이암▶아무렇지도 않게 구사되는
사이암▶그 고풍스러움
사이암▶느무 좋아 ㅠㅠ
사이암▶... 그런데 한번 현대풍 번역도 보고 싶은 거예요
사이암▶게다가 당시는 반공시대라서
사이암▶크라우스가
사이암▶자그마치 "핀란드 독립투사"로 나왔다고 ㄱ-
사이암▶원래는 볼셰비키였는데 ㄱ-
절세마녀▶..........아
사이암▶그래서 공산당으로 나오는 크라우스를 보고 싶었심. 대체 번역이 어케 달라지나
사이암▶그 판본이 왜 전설이 됐느냐 하면
사이암▶번역자가 아무 생각없이 초반에는
사이암▶크라우스가
사이암▶내 고향 러시아!
사이암▶라고 독백하는 걸 그대로 번역했는데
사이암▶뒤에 가 보고 허걱 한 거죠
사이암▶뭐라고? 주인공 주제에 볼셰비키?
사이암▶이 시키 빨갱이 아냐
절세마녀▶...푸하하
사이암▶하고 당황한 거예요
사이암▶당시 머리 벗겨진 대통령님이 까칠하게 굴던 때라
사이암▶말 잘못하면
사이암▶삼청교육대 끌고가던 시절이니
절세마녀▶그렇죠
사이암▶그대로 냈다간
사이암▶진짜로 섬에 버려질 지도 모르잖아요
절세마녀▶OTL
사이암▶그래서
사이암▶전설의
사이암▶짜집기 나레이션(...)
절세마녀▶ㅠㅜㅠㅜ
사이암▶유리우스가 러시아에 도착하기 직전에
사이암▶유리우스와 크라우스의 러브씬(비스무리한 것들)만 골라서
사이암▶확대축소복사하고 편집해서
사이암▶그 왜
사이암▶페이지 하나에
사이암▶군데군데 일러스트 끼워넣고
사이암▶한페이지 가득 나레이션 넣기 신공으로
절세마녀▶오호
사이암▶유리우스 독백을
사이암▶원작에도 없는 걸
사이암▶만들어 넣었심(...)
절세마녀▶푸하하ㅏ
사이암▶아아, 크라우스, 나의 사랑하는 크라우스, 보고 싶은 그대
사이암▶어쩌고 하면서
사이암▶그대가 먼곳을 보며 나의 고향 러시아 라고 해서
사이암▶나는 그대가 러시아인인 줄 알고
사이암▶러시아를 헤매고 다녔지 뭐예요
절세마녀▶............푸하하
절세마녀▶OTL
사이암▶하지만 알고보니
사이암▶당신은
사이암▶핀란드의 자랑스러운 독립 투사
사이암▶핀란드의 자유를 위해
사이암▶러시아와 맞서 싸운 투사
사이암▶... 어이어이
절세마녀▶으하하하하
절세마녀▶OTL
절세마녀▶미, 미칠 것 같아영
사이암▶의심없이 봤던 순진한 어린날에 건배 ㄱ-
절세마녀▶그런 부분이 있었단 말임?
사이암▶네 ㄱ-
절세마녀▶못 살아 진짜


사이암▶그러면서
사이암▶크라우스 어린 시절 회상이 나오는데
사이암▶크라우스가 존경해 마지 않던 형 알렉세이가
사이암▶볼셰비키라서
사이암▶크라우스도 영향을 받아서 볼셰비키가 된 거거든요
절세마녀▶오호
사이암▶두 형제가
사이암▶나란히 언덕에 앉아서
사이암▶마을을 바라보는 씬인데
사이암▶머리가 좀 굵어져서 생각해보니 분명 대사가
사이암▶이런 흐름이었을 것 같애
사이암▶우리 아름다운 러시아는 지배계급에 고통받고 있어
사이암▶저 특권계급 황제가 없어진다면 이 아름다운 나라에도 자유와 평화가 찾아오겠지
사이암▶이런 맥락이라는 걸 나중에 생각해보니 알겠는데
사이암▶... 당시 번역으로는
사이암▶아름다운 우리 조국 핀란드!
절세마녀▶으흥
사이암▶난 우리의 도시 헬싱키를 사랑해
사이암▶하지만 러시아 놈들이 짓밟고 있지
사이암▶우리 싸우자
사이암▶조국 핀란드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절세마녀▶OTL
절세마녀▶그게, 푸하하
사이암▶아니 대체
사이암▶그 상황에
사이암▶핀란드를 끌어오다니
절세마녀▶그러게요
절세마녀▶으하하OTL
사이암▶폴랜드도 아니고 핀란드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절세마녀▶미치겠다
사이암▶그래서
사이암▶제가 원본이 보고 싶다는 거심 ㄱ-
사이암▶그와 같은 왜곡이
사이암▶하나 더 있었심
사이암▶유리의 성 알고 계심?
절세마녀▶네
사이암▶하녀의 딸인 주제에 백작의 딸인 척해서
사이암▶백작 부부도 속이고 진짜 백작 딸도 속이면서 몸부림치는
사이암▶처절한 악녀 이야기

사이암▶백작 부인이 기억상실에 걸려서 십년 넘게 행방을 감춘 동안
사이암▶부인과 함께 실종된 딸을 찾는다고 찾고 있었는데,
사이암▶같이 자라고 있던 예쁘고 야심만만한 성격인 하녀의 딸이
사이암▶그 사실을 먼저 알아내고 지가 낼름 백작가에 들어가서
사이암▶발각되면 끝장이라는 공포에 떨면서
사이암▶진짜 딸을 자기 하녀로 두고 계속 감시를 하거든요
사이암▶소유욕을 불태우기도 하고...(백합)
사이암▶진짜 백작부인이 기억상실인 채로 나타나자
사이암▶저 여자 가짜라고 온갖 방해공작 꾸미고
사이암▶하여간 되게 처절해요
절세마녀▶푸하하
사이암▶백작과 백작부인이 둘 다 인품이 너그러운 사람들이라
사이암▶이 가짜 딸도 이 둘을 친부모처럼 따르고 좋아하는데도
사이암▶너무 공포에 시달리다보니
사이암▶나중에 진짜 딸이 밝혀지려는 위기상황에
절세마녀▶오호오
사이암▶결국 자기 손으로 성에 불을 질러서
사이암▶부모를 태워죽여요
사이암▶그런데 우리나라판 번역본은
절세마녀▶후덜덜
사이암▶우연히 불이 난 걸로 교묘히 처리*-_-*
사이암▶그리고
절세마녀▶...
사이암▶마지막 순간에 진짜 딸 마리사는 자기가 진짜라는 걸 알게 되고
사이암▶가짜 딸 이사도라는 불바다가 된 성에서 실종이 되거든요
사이암▶번역본은 이 장면에서
사이암▶그후로 십년 뒤로 넘어가서
사이암▶아까 말한 그
사이암▶필살 "한 페이지에 일러스트 넣고 나레이션으로 대체하기" 수법으로
사이암▶설명하기를
사이암▶진짜 백작 딸은 여전히 검소하고 소박하게 살면서도 부모를 잃은 허전함을 달래지 못하다가
사이암▶종군간호사로 전장에 나갔다가 병사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딸 마리아를 낳았지만 결국 남편은 곧 죽었도다
절세마녀▶....
절세마녀▶종군 간호사..
사이암▶라고 대충 지난 스토리 설명으로 때우고 넘어가요

사이암▶하여간 마리아를 안고 성으로 돌아와서 시름을 달래며 살던 어느날
사이암▶이사도라(가짜 딸)가 어린 여자아이를 안고 눈앞에 나타났다!
사이암▶이사도라의 설명으로는
사이암▶그 화재에서 자기를
사이암▶최면술사인 누구(전에 잠시 등장했던 인물)가 구해줬는데
사이암▶최면술로 자기 기억을 지우고 아내로 맞아서
절세마녀▶.......
절세마녀▶뭣..
사이암▶아이까지 낳았는데, 최면술사가 죽고 이제 기억을 찾아서 왔다
사이암▶그런 나레이션 설명 2 페이지로 때우고
사이암▶곧바로
사이암▶십년 후로 넘어가서
사이암▶두 딸들을 키우며 같이 사는
사이암▶마리사와 이사도라가 나와요
절세마녀▶....
사이암▶그래서 전 어린 마음에
사이암▶작가가 그리기 싫었군 ㄱ-
사이암▶작가가 게을러서 중간 스토리를 대충 처리한 거야
사이암▶라고 생각했는데
사이암▶....
절세마녀▶는데?
사이암▶90년대 중반에
사이암▶완역본이 나왔거든요?
사이암▶이미 갖고 있으니까 서점에서 서서 봤는데
사이암▶... 중간 부분이 멀쩡히 있는 거예요
사이암▶다는 안 보고 스륵스륵 훑어본 결과
사이암▶결과
사이암▶결과...
절세마녀▶결과..
사이암▶이사도라는
사이암▶그 최면술사에게 강간 당해서 임신한 거고
절세마녀▶호곡
사이암▶그래서 그 최면술사를 자기 손으로 직접 죽여요
사이암▶ㅇ>-<
사이암▶그리고 딸을 안고 도망친 거심
사이암▶아, 처절했다 ㄱ-
절세마녀▶ㅠㅜ
사이암▶그걸 어떻게든 무마하려고 버둥거린 번역자님의 노고에 건배
사이암▶.... 따위 할 것 같냐!!!!!!!!!!!!!!!!!!!!!!!!!!!
절세마녀▶그러게요
절세마녀▶어쩌자고..
절세마녀▶OTL
-- 80년대에는 역시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많았죠. 권법소년 한주먹이 한국만화라고 굳게 믿고 있다 뒷통수 맞은 사건이라던가, 해적판으로 나온 북두신권의 주인공 켄시로는 라이거라는 이름으로 소개됐다거나, 그렇게 따지면 시티 헌터의 캐릭터들은 지금도 여전히 우수한 & 사우리가 익숙하다던가. 파름문고라고 기억하시나요? 전 정말로 유리가면이라던가 베르사이유의 장미가 유럽과 미국 굴지의 여류작가들이 쓴 쟁쟁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 만화라고 깜빡 속았더랬죠. ㄱ- 즉, 파름문고는 당시 인기 있던 일본 순정 만화의 스토리와 대사를 뽑아다 술술 소설로 만든 후에, 마치 원작이 소설이었던 양 당시 일본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던 여고생들에게 시침 뚝 떼고 내놓았던 괴작 시리즈였던 겁니다. 하지만 고백하자면 전 이 파름문고의 엄청난 팬이었습니다.(...) 사실 이 시리즈들이 전부 일본 순정 만화가 원작이며, 타이틀로 내건 작가들이 전부 뻥이라는 걸 알아차린 건 대학 들어와서였는데 그때 쇼크가 얼마나 심했던지 잊혀지지도 않아요.
그도 그럴 것이, 파름문고에서 얼마나 작가 프로필을 그럴싸하게 꾸며냈던지. 어지간한 할리퀸 로맨스 작가들(물론 실존인물들) 프로필보다 더 제법이었다니까요. <베르사이유의 장미> 저자라는 <마리 스테판바이트>의 프로필을 볼까요.1898년 출생, 1957년 사망. 네덜란드 인인 아버지와 프랑스 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읍니다. 1917년 명문 파리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했지만 이미 재학 시절부터 잡지에 응모하여 소설가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았던 그녀는 교사가 되지 않고 소설을 쓰기로 했읍니다. 마리는 주로 단편소설을 썼는데, 이 <베르사이유의 장미>는 그녀가 남긴 단 2편의 장편 중의 하나입니다. 이 소설은 제 2차 세계대전 전인 1935년부터 쓰기 시작해서 전쟁 후인 1951년에 완성되었다고 하니 가히 그녀의 대표작이라 할 만합니다.
... 당신 누구야! 아마 전기작가로도 유명했던 스테판 츠바이크의 이름을 빌려 그럴듯하게 만든 가공인물인 것 같은데, 당신 너무 대단해 보여! <스완>의 해적판 소설인 <춤추는 하얀새>의 저자라는 존 F 브라운의 프로필은 더 가관입니다. 영국 웸블턴에서 무용수를 부모로 1937년에 태어난 작가는 어려서 발레 학교에 입학, 아버지의 엄격한 지도를 받으며 톱 발레리너가 되었으나(웸블턴이 어디이며 발레리너는 뭐하는 사람인지는 일단 접어둡시다) 불행하게도 관절의 부상으로 발레를 포기, 소설가로서 전향했다. 전직이 발레리너였던 때문인지 작가의 작품 거의가 발레를 소재로 쓰고 있다. 현재 런던에 거주하며 부인은 국민학교 교사. 자녀는 없다.
... 대체 뭐지, 이 손에 잡힐 듯한 리얼함은! 그에 비해 <유리가면>과 <나일강의 소녀>의 저자 소개는 제법 단촐하지만, 그럼에도 어쩐지 스케일이 너무 커. 유리가면의 저자 <넬 베르디> 프로필. 프랑스 쥬니어의 우상인 넬 베르디는 쥬니어 소설의 대가이다. 유리가면은 그의 대표작으로 만화화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프랑스에서 출생한 작자는 현재 스웨덴에서 살고 있다.
음... 소설이 먼저고 만화화가 후에 이루어졌다고 우기는 이 뻔뻔함이라니. 너무 대단해. <나일강의 소녀> 저자는 에드워드 케이트라고 어쩐지 급조한 가명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름이로군요. 영국 교외에 거주하며 50 여년 간 이집트사에 얽힌 소설을 써온 작자의 대표작은 <나일강의 소녀> 외에 <왕중왕 파라오> 등 다수가 있다. 작자는 소설의 소재를 얻기 위해 이집트 유적지 답사를 십수 년 간 계속하였다.
스케일이 커! 너무 크다고! 이 정도면 꿈많은 여고생들은 모두 홀딱 넘어가고 만다고! 심지어는 순진했던 여학생 동지 중 누군가는 출판사에 전화까지 해서 책을 너무 감동 깊게 봤으니 저자의 다른 책도 번역해 달라거나 팬레터를 보낼 주소를 알려달라고 한 녀석도 있었다고!
하지만 이 정도는 귀엽죠. 적어도 내용 왜곡은 일어나지 않았으니. ㅇ>-< 파름문고의 미덕은 원작인 만화에 충실하게 스토리를 옮겼다는 점인데, 가끔씩은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스토리 왜곡이 벌어지곤 합니다. <올훼스의 창>은 3권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가서 유리우스가 자그마치 유스포프 대위의 애를 임신합니다.(...) 전 이쪽을 먼저 접하고 원작 만화를 봐서 그나마 쇼크가 덜했는데, 만화를 먼저 보신 분들은 이 스토리를 듣고는 입에 거품을 물고 뻐끔뻐끔하시더라고요.
제일 유명한 원작 왜곡이라면 역시 유리가면일 겁니다. 스완이나 유리가면처럼 무대가 일본일 경우, 일단 일차적으로 주인공의 이름과 국적이 변합니다. 그것도 몹시 그럴 듯하게요. 스완의 여주인공인 마스미 같은 경우, 메어리 필립스라는 이름의 영국 글래스고우읍 페이즐리면 출신 소녀로 둔갑을 하고, 선생님은 조지 브라운, 라이벌이었던 언니는 마아가렛 브라운, 첫사랑 오라버니는 마이켈 필립스로 덩달아 창씨개명을 당하죠. (편집 마감이 급했는지 여기저기서 캐릭터 이름이 겹치는 안습 사태가 일어난 건 눈감아 줍시다.)
유리가면도 마찬가지라, 이 스토리는 통 크게도 프랑스로 무대가 바뀌어 있습니다. 주인공 기다지마 마야는 자그마치 마야 보와이에... ㅇ>-< 아유미는 죠안 리프망, 츠기가케 선생은 사라 사라진느, 민용식(...) 사장님은 샤를르 끄레망. 너무 훌륭해서 할 말이 없습죠, 네. 대체 어디서 이런 네이밍 센스는 가져온 걸까. 저 파름문고 직원분들은 전부 대인배가 틀림없어요. 대인배도 보통 대인배냐.
연재 30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엔딩이 안 난 이 불후의 연중작 유리가면의 엔딩을 냈던 겁니다! 그것도 너무 깔쌈하고 딴지걸기 힘들 정도로 앗쌀한 방법으로요. 자그마치 마야와 민용식 사장이 약혼을 발표하자, 열받은 츠기가케 선생이 홍천녀 상연권을 아유미에게 넘깁니다. 민용식 사장은 마야를 위해 굳은 결심을 하죠. 결국 양아버지인 하야미 사장으로부터 계승권 포기를 한 후, 츠기가케 선생 앞에 자신이 홍천녀 원작자인 이치렌의 친아들이라고 나서서 상연권을 되찾아오는 그런 해피 엔딩. 아, 뭐랄까. 너무 군더더기도 없는 데다 앞뒤가 잘 들어맞아서 도저히 태클을 걸래야 걸 수가 없구만요. 그런고로 아직까지도 유리가면 엔딩을 이 버전으로 알고 계신 분도 꽤 될 겁니다. 누군지 몰라도 굿 쟙이었어. ㄱ-
그밖에 제가 알고 있는 최대의 원작 왜곡 사태는 캔디에서 주로 있었죠. 인기가 인기다보니 온갖 버전의 해적판 바리에이션이 나돌아다니는데, 가장 희극이자 비극이었던 건 말이죠, 안소니가 살아있다는 버전이었어요. 안소니가 낙마한 후 머리에 부상을 입고 기억상실이 됐는데, 이라이자가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서 백치가 된 안소니와 결혼을 한다나. -ㅂ- 아, 네, 그러세요. 그것 말고도 실은 안소니와 캔디가 친남매였다는 하늘이시여 버전이 있었고요. 남매끼리 얽힌 스토리는 캔디캔디의 작화가인 이가라시 유미코가 그린 다른 작품 <레이디 죠지>에 나오니까 아마 이 둘을 혼동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떠도는 캔디 괴담 말고, 제가 직접 목격한 <활자화 된> 가장 무서운 왜곡이 있었어요. 그 책을 갖고 있었어야 했는데 이사오면서 훌렁 버리는 바람에 출판사도 연대도 잘 기억이 안 나는 게 유감입니다. 캔디의 스토리 작가가 캔디를 공식소설화한 2권 짜리 책이 있는데요. (후반부는 캔디가 주변 인물들에게 보낸 편지 형식으로, 만화 버전 이후의 스토리도 토막토막 다루고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죠.) 그 2권으로 끝났으면 좋았을걸, 번역자였던 심상곤 씨가 <캔디, 그 후의 이야기>라고 창작으로 날조를 했던 겁니다. ㅇ>-< 이 심상곤 씨는 파름문고에서도 그 수수께끼의 역자로 많이 등장을 하셔서 이름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네요.
이 캔디 후속편의 제목은 도발적입니다. <미세스 캔디>. ㅇ>-< 안소니는 죽고 스테아도 죽고 아치는 애니랑 잘 되고 테리우스는 수잔나에게 덥석 물리고, 실의에 빠진 나머지 자그마치 캔디가 알버트 아저씨랑 약혼을 하는 스토리였죠. 이리저리 주말 드라마에서 많이 보던 상황이 잔뜩 펼쳐진 후, 좀 참신하게 끝나면 좋았을 텐데 김 빠지게도 수잔나가 어머니랑 같이 수녀원에 들어가면서 게임을 gg 칩니다. 그리고 테리가 자유의 몸이 됐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린 캔디가 몸부림치나 이미 결혼식 당일. 알버트 씨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고 결혼하기 싫다고 버둥거리는 캔디를 끌고 식장에 들어가니 거기 서 있던 신랑은 테리우스. 그리고 자상하게 그들을 바라보며 축복의 미소를 머금고 있던 알버트 씨.
.................... 라는 아스트랄한 스토리였습니다. 네, 한번 읽고 다시는 꺼내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저 심란한 스토리는 잊히지도 않는군요. OTL
하여간 80년대는 철통같이 일본문화에 폐쇄적인 사회였고, 그 때문에 여러 웃지 못할 촌극들이 많이 벌어졌죠. 지금처럼 자신이 보고 있는 작품에 대해 여러가지 정보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여건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게 된 건 의외로 얼마 되지 않은 일입니다. 가끔은 <이런 시절도 있었다>라고 돌이켜보면 더 재미있지 않겠어요? :-)
사이암▶옥션에 올훼스의 창 전권이 나와있었는데 놓쳤어요.
절세마녀▶...근데 그거 이제 와서 다시보면
절세마녀▶머리속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갈 것 같은 내용 아니었어요?
사이암▶으하하하
사이암▶전반부에 배다른 누이들하고 신경전이 좋았어요
사이암▶사실 집에 82년인가 84년에 찍은 판본으로 전권 있긴 해요
절세마녀▶...
절세마녀▶근데 왜..
사이암▶그 왜 있잖아요
사이암▶고유명사는
사이암▶굵은 보석체고
절세마녀▶...푸하하하하하하ㅏ?하하ㅏ?하하하하하하
사이암▶아아, 어찌하여 어쩌구 하느뇨
사이암▶라던가
사이암▶할지어다
사이암▶라는 사어체가
절세마녀▶OTL
사이암▶아무렇지도 않게 구사되는
사이암▶그 고풍스러움
사이암▶느무 좋아 ㅠㅠ
사이암▶... 그런데 한번 현대풍 번역도 보고 싶은 거예요
사이암▶게다가 당시는 반공시대라서
사이암▶크라우스가
사이암▶자그마치 "핀란드 독립투사"로 나왔다고 ㄱ-
사이암▶원래는 볼셰비키였는데 ㄱ-
절세마녀▶..........아
사이암▶그래서 공산당으로 나오는 크라우스를 보고 싶었심. 대체 번역이 어케 달라지나
사이암▶그 판본이 왜 전설이 됐느냐 하면
사이암▶번역자가 아무 생각없이 초반에는
사이암▶크라우스가
사이암▶내 고향 러시아!
사이암▶라고 독백하는 걸 그대로 번역했는데
사이암▶뒤에 가 보고 허걱 한 거죠
사이암▶뭐라고? 주인공 주제에 볼셰비키?
사이암▶이 시키 빨갱이 아냐
절세마녀▶...푸하하
사이암▶하고 당황한 거예요
사이암▶당시 머리 벗겨진 대통령님이 까칠하게 굴던 때라
사이암▶말 잘못하면
사이암▶삼청교육대 끌고가던 시절이니
절세마녀▶그렇죠
사이암▶그대로 냈다간
사이암▶진짜로 섬에 버려질 지도 모르잖아요
절세마녀▶OTL
사이암▶그래서
사이암▶전설의
사이암▶짜집기 나레이션(...)
절세마녀▶ㅠㅜㅠㅜ
사이암▶유리우스가 러시아에 도착하기 직전에
사이암▶유리우스와 크라우스의 러브씬(비스무리한 것들)만 골라서
사이암▶확대축소복사하고 편집해서
사이암▶그 왜
사이암▶페이지 하나에
사이암▶군데군데 일러스트 끼워넣고
사이암▶한페이지 가득 나레이션 넣기 신공으로
절세마녀▶오호
사이암▶유리우스 독백을
사이암▶원작에도 없는 걸
사이암▶만들어 넣었심(...)
절세마녀▶푸하하ㅏ
사이암▶아아, 크라우스, 나의 사랑하는 크라우스, 보고 싶은 그대
사이암▶어쩌고 하면서
사이암▶그대가 먼곳을 보며 나의 고향 러시아 라고 해서
사이암▶나는 그대가 러시아인인 줄 알고
사이암▶러시아를 헤매고 다녔지 뭐예요
절세마녀▶............푸하하
절세마녀▶OTL
사이암▶하지만 알고보니
사이암▶당신은
사이암▶핀란드의 자랑스러운 독립 투사
사이암▶핀란드의 자유를 위해
사이암▶러시아와 맞서 싸운 투사
사이암▶... 어이어이
절세마녀▶으하하하하
절세마녀▶OTL
절세마녀▶미, 미칠 것 같아영
사이암▶의심없이 봤던 순진한 어린날에 건배 ㄱ-
절세마녀▶그런 부분이 있었단 말임?
사이암▶네 ㄱ-
절세마녀▶못 살아 진짜

이런 페이지라던가

이런 페이지...
사이암▶그러면서
사이암▶크라우스 어린 시절 회상이 나오는데
사이암▶크라우스가 존경해 마지 않던 형 알렉세이가
사이암▶볼셰비키라서
사이암▶크라우스도 영향을 받아서 볼셰비키가 된 거거든요
절세마녀▶오호
사이암▶두 형제가
사이암▶나란히 언덕에 앉아서
사이암▶마을을 바라보는 씬인데
사이암▶머리가 좀 굵어져서 생각해보니 분명 대사가
사이암▶이런 흐름이었을 것 같애
사이암▶우리 아름다운 러시아는 지배계급에 고통받고 있어
사이암▶저 특권계급 황제가 없어진다면 이 아름다운 나라에도 자유와 평화가 찾아오겠지
사이암▶이런 맥락이라는 걸 나중에 생각해보니 알겠는데
사이암▶... 당시 번역으로는
사이암▶아름다운 우리 조국 핀란드!
절세마녀▶으흥
사이암▶난 우리의 도시 헬싱키를 사랑해
사이암▶하지만 러시아 놈들이 짓밟고 있지
사이암▶우리 싸우자
사이암▶조국 핀란드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절세마녀▶OTL
절세마녀▶그게, 푸하하
사이암▶아니 대체
사이암▶그 상황에
사이암▶핀란드를 끌어오다니
절세마녀▶그러게요
절세마녀▶으하하OTL
사이암▶폴랜드도 아니고 핀란드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절세마녀▶미치겠다
사이암▶그래서
사이암▶제가 원본이 보고 싶다는 거심 ㄱ-
사이암▶그와 같은 왜곡이
사이암▶하나 더 있었심
사이암▶유리의 성 알고 계심?
절세마녀▶네
사이암▶하녀의 딸인 주제에 백작의 딸인 척해서
사이암▶백작 부부도 속이고 진짜 백작 딸도 속이면서 몸부림치는
사이암▶처절한 악녀 이야기

참고로 이런 표지였지요.
위에서 언급한 저 대단한 올훼스의 창도 함께.
위에서 언급한 저 대단한 올훼스의 창도 함께.
사이암▶백작 부인이 기억상실에 걸려서 십년 넘게 행방을 감춘 동안
사이암▶부인과 함께 실종된 딸을 찾는다고 찾고 있었는데,
사이암▶같이 자라고 있던 예쁘고 야심만만한 성격인 하녀의 딸이
사이암▶그 사실을 먼저 알아내고 지가 낼름 백작가에 들어가서
사이암▶발각되면 끝장이라는 공포에 떨면서
사이암▶진짜 딸을 자기 하녀로 두고 계속 감시를 하거든요
사이암▶소유욕을 불태우기도 하고...(백합)
사이암▶진짜 백작부인이 기억상실인 채로 나타나자
사이암▶저 여자 가짜라고 온갖 방해공작 꾸미고
사이암▶하여간 되게 처절해요
절세마녀▶푸하하
사이암▶백작과 백작부인이 둘 다 인품이 너그러운 사람들이라
사이암▶이 가짜 딸도 이 둘을 친부모처럼 따르고 좋아하는데도
사이암▶너무 공포에 시달리다보니
사이암▶나중에 진짜 딸이 밝혀지려는 위기상황에
절세마녀▶오호오
사이암▶결국 자기 손으로 성에 불을 질러서
사이암▶부모를 태워죽여요
사이암▶그런데 우리나라판 번역본은
절세마녀▶후덜덜
사이암▶우연히 불이 난 걸로 교묘히 처리*-_-*
사이암▶그리고
절세마녀▶...
사이암▶마지막 순간에 진짜 딸 마리사는 자기가 진짜라는 걸 알게 되고
사이암▶가짜 딸 이사도라는 불바다가 된 성에서 실종이 되거든요
사이암▶번역본은 이 장면에서
사이암▶그후로 십년 뒤로 넘어가서
사이암▶아까 말한 그
사이암▶필살 "한 페이지에 일러스트 넣고 나레이션으로 대체하기" 수법으로
사이암▶설명하기를
사이암▶진짜 백작 딸은 여전히 검소하고 소박하게 살면서도 부모를 잃은 허전함을 달래지 못하다가
사이암▶종군간호사로 전장에 나갔다가 병사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딸 마리아를 낳았지만 결국 남편은 곧 죽었도다
절세마녀▶....
절세마녀▶종군 간호사..
사이암▶라고 대충 지난 스토리 설명으로 때우고 넘어가요

그러니까 또 이런 장면...
사이암▶하여간 마리아를 안고 성으로 돌아와서 시름을 달래며 살던 어느날
사이암▶이사도라(가짜 딸)가 어린 여자아이를 안고 눈앞에 나타났다!
사이암▶이사도라의 설명으로는
사이암▶그 화재에서 자기를
사이암▶최면술사인 누구(전에 잠시 등장했던 인물)가 구해줬는데
사이암▶최면술로 자기 기억을 지우고 아내로 맞아서
절세마녀▶.......
절세마녀▶뭣..
사이암▶아이까지 낳았는데, 최면술사가 죽고 이제 기억을 찾아서 왔다
사이암▶그런 나레이션 설명 2 페이지로 때우고
사이암▶곧바로
사이암▶십년 후로 넘어가서
사이암▶두 딸들을 키우며 같이 사는
사이암▶마리사와 이사도라가 나와요
절세마녀▶....
사이암▶그래서 전 어린 마음에
사이암▶작가가 그리기 싫었군 ㄱ-
사이암▶작가가 게을러서 중간 스토리를 대충 처리한 거야
사이암▶라고 생각했는데
사이암▶....
절세마녀▶는데?
사이암▶90년대 중반에
사이암▶완역본이 나왔거든요?
사이암▶이미 갖고 있으니까 서점에서 서서 봤는데
사이암▶... 중간 부분이 멀쩡히 있는 거예요
사이암▶다는 안 보고 스륵스륵 훑어본 결과
사이암▶결과
사이암▶결과...
절세마녀▶결과..
사이암▶이사도라는
사이암▶그 최면술사에게 강간 당해서 임신한 거고
절세마녀▶호곡
사이암▶그래서 그 최면술사를 자기 손으로 직접 죽여요
사이암▶ㅇ>-<
사이암▶그리고 딸을 안고 도망친 거심
사이암▶아, 처절했다 ㄱ-
절세마녀▶ㅠㅜ
사이암▶그걸 어떻게든 무마하려고 버둥거린 번역자님의 노고에 건배
사이암▶.... 따위 할 것 같냐!!!!!!!!!!!!!!!!!!!!!!!!!!!
절세마녀▶그러게요
절세마녀▶어쩌자고..
절세마녀▶OTL
-- 80년대에는 역시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많았죠. 권법소년 한주먹이 한국만화라고 굳게 믿고 있다 뒷통수 맞은 사건이라던가, 해적판으로 나온 북두신권의 주인공 켄시로는 라이거라는 이름으로 소개됐다거나, 그렇게 따지면 시티 헌터의 캐릭터들은 지금도 여전히 우수한 & 사우리가 익숙하다던가. 파름문고라고 기억하시나요? 전 정말로 유리가면이라던가 베르사이유의 장미가 유럽과 미국 굴지의 여류작가들이 쓴 쟁쟁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 만화라고 깜빡 속았더랬죠. ㄱ- 즉, 파름문고는 당시 인기 있던 일본 순정 만화의 스토리와 대사를 뽑아다 술술 소설로 만든 후에, 마치 원작이 소설이었던 양 당시 일본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던 여고생들에게 시침 뚝 떼고 내놓았던 괴작 시리즈였던 겁니다. 하지만 고백하자면 전 이 파름문고의 엄청난 팬이었습니다.(...) 사실 이 시리즈들이 전부 일본 순정 만화가 원작이며, 타이틀로 내건 작가들이 전부 뻥이라는 걸 알아차린 건 대학 들어와서였는데 그때 쇼크가 얼마나 심했던지 잊혀지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내 청춘을 훔쳐간 이런 것들 ㅇ>-<
그도 그럴 것이, 파름문고에서 얼마나 작가 프로필을 그럴싸하게 꾸며냈던지. 어지간한 할리퀸 로맨스 작가들(물론 실존인물들) 프로필보다 더 제법이었다니까요. <베르사이유의 장미> 저자라는 <마리 스테판바이트>의 프로필을 볼까요.1898년 출생, 1957년 사망. 네덜란드 인인 아버지와 프랑스 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읍니다. 1917년 명문 파리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했지만 이미 재학 시절부터 잡지에 응모하여 소설가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았던 그녀는 교사가 되지 않고 소설을 쓰기로 했읍니다. 마리는 주로 단편소설을 썼는데, 이 <베르사이유의 장미>는 그녀가 남긴 단 2편의 장편 중의 하나입니다. 이 소설은 제 2차 세계대전 전인 1935년부터 쓰기 시작해서 전쟁 후인 1951년에 완성되었다고 하니 가히 그녀의 대표작이라 할 만합니다.
... 당신 누구야! 아마 전기작가로도 유명했던 스테판 츠바이크의 이름을 빌려 그럴듯하게 만든 가공인물인 것 같은데, 당신 너무 대단해 보여! <스완>의 해적판 소설인 <춤추는 하얀새>의 저자라는 존 F 브라운의 프로필은 더 가관입니다. 영국 웸블턴에서 무용수를 부모로 1937년에 태어난 작가는 어려서 발레 학교에 입학, 아버지의 엄격한 지도를 받으며 톱 발레리너가 되었으나(웸블턴이 어디이며 발레리너는 뭐하는 사람인지는 일단 접어둡시다) 불행하게도 관절의 부상으로 발레를 포기, 소설가로서 전향했다. 전직이 발레리너였던 때문인지 작가의 작품 거의가 발레를 소재로 쓰고 있다. 현재 런던에 거주하며 부인은 국민학교 교사. 자녀는 없다.
... 대체 뭐지, 이 손에 잡힐 듯한 리얼함은! 그에 비해 <유리가면>과 <나일강의 소녀>의 저자 소개는 제법 단촐하지만, 그럼에도 어쩐지 스케일이 너무 커. 유리가면의 저자 <넬 베르디> 프로필. 프랑스 쥬니어의 우상인 넬 베르디는 쥬니어 소설의 대가이다. 유리가면은 그의 대표작으로 만화화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프랑스에서 출생한 작자는 현재 스웨덴에서 살고 있다.
음... 소설이 먼저고 만화화가 후에 이루어졌다고 우기는 이 뻔뻔함이라니. 너무 대단해. <나일강의 소녀> 저자는 에드워드 케이트라고 어쩐지 급조한 가명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름이로군요. 영국 교외에 거주하며 50 여년 간 이집트사에 얽힌 소설을 써온 작자의 대표작은 <나일강의 소녀> 외에 <왕중왕 파라오> 등 다수가 있다. 작자는 소설의 소재를 얻기 위해 이집트 유적지 답사를 십수 년 간 계속하였다.
스케일이 커! 너무 크다고! 이 정도면 꿈많은 여고생들은 모두 홀딱 넘어가고 만다고! 심지어는 순진했던 여학생 동지 중 누군가는 출판사에 전화까지 해서 책을 너무 감동 깊게 봤으니 저자의 다른 책도 번역해 달라거나 팬레터를 보낼 주소를 알려달라고 한 녀석도 있었다고!
하지만 이 정도는 귀엽죠. 적어도 내용 왜곡은 일어나지 않았으니. ㅇ>-< 파름문고의 미덕은 원작인 만화에 충실하게 스토리를 옮겼다는 점인데, 가끔씩은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스토리 왜곡이 벌어지곤 합니다. <올훼스의 창>은 3권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가서 유리우스가 자그마치 유스포프 대위의 애를 임신합니다.(...) 전 이쪽을 먼저 접하고 원작 만화를 봐서 그나마 쇼크가 덜했는데, 만화를 먼저 보신 분들은 이 스토리를 듣고는 입에 거품을 물고 뻐끔뻐끔하시더라고요.
제일 유명한 원작 왜곡이라면 역시 유리가면일 겁니다. 스완이나 유리가면처럼 무대가 일본일 경우, 일단 일차적으로 주인공의 이름과 국적이 변합니다. 그것도 몹시 그럴 듯하게요. 스완의 여주인공인 마스미 같은 경우, 메어리 필립스라는 이름의 영국 글래스고우읍 페이즐리면 출신 소녀로 둔갑을 하고, 선생님은 조지 브라운, 라이벌이었던 언니는 마아가렛 브라운, 첫사랑 오라버니는 마이켈 필립스로 덩달아 창씨개명을 당하죠. (편집 마감이 급했는지 여기저기서 캐릭터 이름이 겹치는 안습 사태가 일어난 건 눈감아 줍시다.)
유리가면도 마찬가지라, 이 스토리는 통 크게도 프랑스로 무대가 바뀌어 있습니다. 주인공 기다지마 마야는 자그마치 마야 보와이에... ㅇ>-< 아유미는 죠안 리프망, 츠기가케 선생은 사라 사라진느, 민용식(...) 사장님은 샤를르 끄레망. 너무 훌륭해서 할 말이 없습죠, 네. 대체 어디서 이런 네이밍 센스는 가져온 걸까. 저 파름문고 직원분들은 전부 대인배가 틀림없어요. 대인배도 보통 대인배냐.
연재 30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엔딩이 안 난 이 불후의 연중작 유리가면의 엔딩을 냈던 겁니다! 그것도 너무 깔쌈하고 딴지걸기 힘들 정도로 앗쌀한 방법으로요. 자그마치 마야와 민용식 사장이 약혼을 발표하자, 열받은 츠기가케 선생이 홍천녀 상연권을 아유미에게 넘깁니다. 민용식 사장은 마야를 위해 굳은 결심을 하죠. 결국 양아버지인 하야미 사장으로부터 계승권 포기를 한 후, 츠기가케 선생 앞에 자신이 홍천녀 원작자인 이치렌의 친아들이라고 나서서 상연권을 되찾아오는 그런 해피 엔딩. 아, 뭐랄까. 너무 군더더기도 없는 데다 앞뒤가 잘 들어맞아서 도저히 태클을 걸래야 걸 수가 없구만요. 그런고로 아직까지도 유리가면 엔딩을 이 버전으로 알고 계신 분도 꽤 될 겁니다. 누군지 몰라도 굿 쟙이었어. ㄱ-
그밖에 제가 알고 있는 최대의 원작 왜곡 사태는 캔디에서 주로 있었죠. 인기가 인기다보니 온갖 버전의 해적판 바리에이션이 나돌아다니는데, 가장 희극이자 비극이었던 건 말이죠, 안소니가 살아있다는 버전이었어요. 안소니가 낙마한 후 머리에 부상을 입고 기억상실이 됐는데, 이라이자가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서 백치가 된 안소니와 결혼을 한다나. -ㅂ- 아, 네, 그러세요. 그것 말고도 실은 안소니와 캔디가 친남매였다는 하늘이시여 버전이 있었고요. 남매끼리 얽힌 스토리는 캔디캔디의 작화가인 이가라시 유미코가 그린 다른 작품 <레이디 죠지>에 나오니까 아마 이 둘을 혼동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떠도는 캔디 괴담 말고, 제가 직접 목격한 <활자화 된> 가장 무서운 왜곡이 있었어요. 그 책을 갖고 있었어야 했는데 이사오면서 훌렁 버리는 바람에 출판사도 연대도 잘 기억이 안 나는 게 유감입니다. 캔디의 스토리 작가가 캔디를 공식소설화한 2권 짜리 책이 있는데요. (후반부는 캔디가 주변 인물들에게 보낸 편지 형식으로, 만화 버전 이후의 스토리도 토막토막 다루고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죠.) 그 2권으로 끝났으면 좋았을걸, 번역자였던 심상곤 씨가 <캔디, 그 후의 이야기>라고 창작으로 날조를 했던 겁니다. ㅇ>-< 이 심상곤 씨는 파름문고에서도 그 수수께끼의 역자로 많이 등장을 하셔서 이름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네요.
이 캔디 후속편의 제목은 도발적입니다. <미세스 캔디>. ㅇ>-< 안소니는 죽고 스테아도 죽고 아치는 애니랑 잘 되고 테리우스는 수잔나에게 덥석 물리고, 실의에 빠진 나머지 자그마치 캔디가 알버트 아저씨랑 약혼을 하는 스토리였죠. 이리저리 주말 드라마에서 많이 보던 상황이 잔뜩 펼쳐진 후, 좀 참신하게 끝나면 좋았을 텐데 김 빠지게도 수잔나가 어머니랑 같이 수녀원에 들어가면서 게임을 gg 칩니다. 그리고 테리가 자유의 몸이 됐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린 캔디가 몸부림치나 이미 결혼식 당일. 알버트 씨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고 결혼하기 싫다고 버둥거리는 캔디를 끌고 식장에 들어가니 거기 서 있던 신랑은 테리우스. 그리고 자상하게 그들을 바라보며 축복의 미소를 머금고 있던 알버트 씨.
.................... 라는 아스트랄한 스토리였습니다. 네, 한번 읽고 다시는 꺼내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저 심란한 스토리는 잊히지도 않는군요. OTL
하여간 80년대는 철통같이 일본문화에 폐쇄적인 사회였고, 그 때문에 여러 웃지 못할 촌극들이 많이 벌어졌죠. 지금처럼 자신이 보고 있는 작품에 대해 여러가지 정보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여건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게 된 건 의외로 얼마 되지 않은 일입니다. 가끔은 <이런 시절도 있었다>라고 돌이켜보면 더 재미있지 않겠어요? :-)
# by | 2007/03/02 18:02 | 멋대로 떠들기! | 트랙백(4) | 덧글(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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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올훼스의 창 소설은 무려 학교 도서관에 꽂혀있는 것을 목격. 그냥 감탄하고 지나갔는데 거기에도 '아, 나의 조국 핀란드를 구해야해!!!'라고 불타는 독립투사가 나오는지 확인해 볼 것을.
그러고보니 권법소년 한주먹이니 용소야&용호야&쿵후보이니 드라곤의 비밀(....) 같은 것들이 500원짜리 주머니에 들어가는 문고판으로 나왔던 것도 기억나네요. 저작권이고 뭐고 없던 멋진 시절 'ㅁ'b
지금이라도 포스팅을 통해 사실을 알게 되어 다행입니다. 감사드려요 ^^;;;
사이암님만큼 정통으로 겪은 건 아니더라도 저 역시 끝물을 탔던지라 추억이 새록새록 살아나는군요 ;ㅠ; 제가 갖고 있었던 파름문고는 <맨발의 청춘> 외에도 <롯테 롯테> <춤추는 하얀새> 등이 있었습니다. 다 일본만화 훼이크... orz
그리고 보니 유리가면은 다른 판본도 있었던 것 같아요. 초록색 표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쪽도 너무 깔끔하게 완결이 나 있어서 꽤 오랫동안 '완결된 유리가면이 있다!'는 제 기억이 잘못된 건지 한동안 의심했었지요.....ㅠㅠ
안젤리크도 있었군요. 1권 밖에 없어서 그 후의 이야기는 못 읽었지만 너무너무 재밌어서 1권만 읽고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안젤리크의 원작 제목은 뭘까요?;
알테마님/ 전 1~3권 전부 다 있었는데 이사하다가 보니 2, 3 권만 있더라고요. 언제 3권 빌려드릴게요. 이름이나 짜가 같았으면 의심이나 했지 너무 작명 센스가 근사했어요, 저건.
아이당님/ 용소야는 제 청춘의 한 페이지! -///- 어서어서 청춘의 푸른 사파이어를 도로 붙이세요! 그나저나 안 속으셨다니 대단하세요. 전 원작 볼 때까지 마냥 속고만 있었어요. 크흑.
아셀님/ 그 500원 짜리 불법 해적판들, 전 지금도 모아두고 있습니다. 자그마치 <람마 1/2>라는 제목이었어요. 정식판이 나왔을 때 전 왜 람마가 아니라 란마냐고 번역자 센스 꽝이라고 화냈던 적이 있습니다. 요즘은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예전보다 좀 나아져서 다행이긴 한데 사실 아직도 멀었죠. :-)
리린님/ 의외로 많이들 그렇게 알고 계시더라고요. 그리고 사실 원작 결말이 너무 두리뭉실하게 끝내서, 캔디는 과연 알버트 아저씨랑 맺어진 거냐 아니냐! 라고 소녀들을 분노하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트랙백 감사합니다. :D
지오님/ 해적판끼리의 창의력 싸움! ㅠㅠㅠㅠㅠㅠ 그 말씀 딱이네요. 샤를르 왕자님도 너무나 보라색 장미의 왕자님 스러워서 어른이 되고 읽어보니 풉했고요. 유리가면 엔딩의 업적은 당분간 누구도 깨지 못할 전설이 될 거예요. 그러니 제발 작가님 엔딩 좀. ㅇ>-<
에이엔_오즈 님/ 저도 처음에는 원작을 모르고 그 책만 읽고는 좌절했지요. 제가 중학생 되니까 그때서야 처음으로 캔디캔디 정식판이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 책도 집안 어딘가에 있을 텐데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명작은 명작입니다!
키즈님/ ... 나일 강의 소녀를 보시다니 용자! 전 집중이 안 되서 그 만화는 몇 권을 넘어가면 더 못 보겠더라고요. 그걸 끝까지 보신 모님 표현으로는 <죽어라고 캐롤(...원래 이름이 뭐였죠)이 잡혀가고 찾으러 가고 잡혀가고 찾으러 가고 잡혀가고 찾으러 가고>의 무한 루프라고 합니다. ㅇ>-<
살자님/ 에이스를 노려라... 였군요 그 책이. ㅇ>-< 맨발의 청춘은 제가 못 읽어봐서 저건 뭐가 원작일까 하고 늘 궁금했더랬죠. 테라비시아도 늘 읽어보고 싶었는데 결국 못 읽고. 근데 영화로 개봉합니까? 그거 처절한 스토리라고 알고 있었는데 무슨 생각들이야!
희나래님/ 다음에 뵐 때 가져갈게요. 전 왜 90년대 중반에 나왔던 리얼 완전판을 사지 않았는지 지금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어요. 정말로 좋아하는 만화인데!
풍혼마녀님/ 저도 기억나요. 그 남녀공학이 미키란 괄괄한 여자애가 나오는 스토리였죠? 그것도 원작만화가 잠깐 나왔던 적이 있어요. 굉장히 재미있게 봤는데 지금은 제목도 생각이 안 나네요. 분명히 유명한 작품이었는데요. ㅇ>-<
플루토님/ 플루토님도 보셨습니까, 그 괴작을? 그런 것들이 원작에 대한 기억을 조작하다니, 진짜 격동하는 청춘의 한 시절이었어요.
유 리님/ 처음 뵙겠습니다. 반갑습니다. :-) 저도 처음 봤던 버전 유리가면이 그 이상한 소복 같은 한복으로 필사적으로 고친 버전이었습니다. 그 폭이 좁은 기모노를 넓은 한복 품으로 고쳐 그리느라 얼마나 편집부에서 애썼을지 생각하면 눈에 땀이 차오르고요. 심지어는 캔디의 한국판 실사 영화가 있었답니다. 캔디는 노란 가발을 쓰고 남은 애들은 한국 이름으로 바꿔서 이라이자가 일자였다던가 그런 풍문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안젤리크는 신기하게도 프랑스 소설이 원작 맞을 겁니다. 90년대 중반에 여울 출판사에서 안젤리크 전권을 번역해서 내 줬던 적이 있어요.
쥴이님/ 맞아요, 그 이동도서 트럭! 어린 마음에 얼마나 기다렸던지. 특히 만화들은 마르고 닳도록 보고도 부족해서 용돈 모아서 한주먹이나 용소야를 한권씩 사 모으고 했어요. >_<
Karma 님/ 맞아요. 이사도라와 마리사가 나와서 정말 애증극의 진국을 보여주죠. 유리의 성은 실제로 나오지는 않고, 그렇게 그들을 피튀기게 만든 부와 권력을 비유한 표현이었고요.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인데 의외로 알고 계신 분들이 적더군요. ㅇ>-<
보바님/ ... 삽화 그린 사람이 만화도 그렸나봐, 라니 이 안습. ㅇ>-< 저 파름문고가 참으로 교묘한게, 원작만화 컷도 잘도 짜집기해서 넣었다 이 말이죠. 그림이 예뻐서 모으는 애들도 꽤 있었어요.
그나저나 여러가지 측면에서(^^;) 재밌는 것들이 많았었군요.. 나는 왜 몰랐을까...;ㅠ;);;
키즈님/ ............. 그렇게나 많이 보시다니 키즈님 용자. 그 주인공 아가씨 뭐 페로몬이라도 뿌리고 다닌답니까? 그게 뭐래. ㅇ>-<
루프님/ 네, 안녕하세요! 입금 확인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이나 모레 바로 책 부쳐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츄츄의 매력을 알아주시니 너무 반갑습니다. -///-
마녀님/ .............. 그거 요약하기도 참 숨가쁜 스토리구만요. 꿀이라도 발랐남. 왜 다들 걔를 납치 못 해서 안달이래요. 귀찮지도 않나. ㅇ>-<
(그런데 그걸 다 정리하신 사이암님도 너무 대단하세요 'ㅁ'b)
유리의 성은 전 지금까지도 저런 내용으로 알고 있었어요. 진짜 재밌게 봤었는데....심지어 저 푸름 문고는 무려 학교 도서관에서 봤다구요 @.@; 오.. 이 배신감!!!!
제가 어릴때 지방의 불모지(?)에 살아서 만화책이 없는 동네(!!)에 살았는데요, 처음으로 그 동네에 들어온 만화책의 일부가 바로 '나일강의 소녀'와 '베르사이유의 장미'였답니다. (물론 해적판~) 친구는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모으고 저는 나일강의 소녀를 모았는데 그때 베르사이유의 장미도 원작이 저 스테판바이쯔(무려 표기도 이렇게 되었었던 기억이;;)로 나와있었어요. (저 때는 두 작품 다 우리나라 작가가 그린줄 알았던 순진한 시절이었죠.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려요.)
이거 참 웃기긴한데 눈물이 흐르는 이 상황은 뭘까요 ㅠㅠ
저걸 만들어낸 사람들도 참.. 대단하다고 해야할지 어쩔지..
스페이스퀸님/ 그 우동배달 장면 정말 깼죠. 혹시 프랑스 차이나 타운이 배경인가! 하고 어린 마음에 혼란스러웠고. 늦게나마 진실을 알고나니 이제 웃을 수 있습니다. :D
지금 읽어보면 그 엄청난 문체에 놀라실지도.. 원하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